오피니언 / 칼럼
때가 찬 경륜
김송자 선교사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9/11/15 [09:08]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새벽을 여는 산새들의 찬미를 들으며 미명을 마주하고, 자분자분 밟는 잔디의 촉감과 찬연한 서정은 경이롭다. 그리운 임의 옷자락을 펼쳐 놓은 듯 신비로운 새날이 열린다. 이슬 머금은 생명의 풋풋한 내음이 알싸하게 코끝을 스치고 푸르른 향연이 물 덴 동산처럼 아름답다. 여린 날갯짓으로 먼 길을 돌아왔지만, 날마다 새롭고 감미로운 복락의 강수를 마시게 하시니 그 은혜가 내게 족하다!

 별 밤에 길쌈질을 하셨을까! 꽃 치자 향이 촉촉하게 배어든다. 지루한 가뭄 속에서 속내를 태우더니 고양이 눈물 같은 빗물에 옷고름을 풀어 헤쳤나 보다. 옥양목처럼 정갈한 꽃 두 송이가 함초롬히 매달려 있다. 상한 뿌리를 싸매지도 못한 채 깊은 적막의 강을 건너 봄 길 마중을 하였나 보다. 의연하게 피도록 까지 혼자는 숱한 밤을 지새우며 남모르는 몸부림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다소곳한 자태가 눈부시도록 곱다!

 

 어설픈 사람의 손에 맡겨져 이리저리 옮겨 심겨지고, 엉뚱한 가지치기를 당하여 되알지게 앓던 날도 많았지만, 불평도 토로하지 않고 꿋꿋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떤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는 옹골진 강인함과 오롯한 일편단심이 그리스도의 신부처럼 단아하고, 향기롭다. 이생의 끝자락에서 나는 무엇으로 꽃 등불을 밝힐 수 있을까? 아무것도 내어 드릴 것이 없는 부끄러운 심사가 고울 것 없는 마음 깃을 여민다. 

 

당신께로 가는 길은 많은 사람이 가지 않는 “좁은 길"임을 애초부터 알았건만, 때마다 순간마다 얼마나 좌절하고 낙망하고 원망하며 주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던가? 인고의 시간을 지나 마주하게 될 놀라운 섭리를 기다리지 못하고 헛된 간구로 허공을 치며 휘청거렸다. 허물진 심령을 기경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뿌리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응답해 주시기를 원했다.

 

지난 세월이 떠오를 때마다 차마 그대에게 다가설 수 없어 마음을 졸이지만, 다함이 없는 님의 사랑은 오늘도 나를 흐르며 나로“좁은 길”을 걷게 하신다. 한 계단 한 계단 나아갈 때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만날지 난 모르지만, 미쁘신 주님께서 이끄시기에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때로는 양의 탈을 쓴 이리를 만나고 홀연히 날개를 잃어버리는 황망한 날도 만나지만, 초연이 지나가야 할 과정이다. 

 

고난의 한복판에 영영 버려진 듯한 참담한 날이 오면 비로소 세상 그 무엇도 답이 아닌 것을 알게 된다. 그 자리에 서면 인생의 연약함을 알고 위로하시고 인도하실 분이 주님뿐임을 고백하며 축복의 문을 열게 된다. 겸비의 옷을 입고 좁은 문으로 들어가면, 넓고, 깊고, 높은 길이 보이고 목자가 되신 주님께서 쉴 만한 물가로 이끄신다. 세상이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스러운 길을 걸으며 오직 주만이 영원한 답이심을 알게 하신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환란 속에서도 찬송할 수 있도록 인애를 베푸시니 새벽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것이리라! 지혜로운 신부로 살아가도록 성령의 기름을 부어 주시니, 님의 등불을 심중에 밝히고 어두운 밤길을 송축하며 걸을 일이다. 헛된 마음을 모두 내려놓고 주가 바라시는 열매를 맺도록 꽃을 피우자! 주님의 푸른 초장에서 참 자유와 희 년의 기쁨을 누리며 순 전한 예배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모든 아픔과 억울함, 실패와 실수도 하나님을 유업을 주시고 생명 시냇가로 이르게 하시려는 은혜였고 선물이었다. 십자가를 지나야 부활이 있고, 다시 만날 주님의 임 재가 있으며 언약하심 대로 영원히 함께하신다. 내가 지금 연단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감사할 것은 나를 온전케 하시는 자비의 손길이기 때문이다. 젖뗀 아이처럼 그 넓은 품에 안기면 신령한 젖을 먹는 위로는 얻을 것이다. 

 

외로운 길섶에 무서리가 내려도 애달파 하지 말아라! 풀잎 같은 인생이지만, 세상도 사람도 의지 말고 새 노래로 주를 영화롭게 하며 저 높은 곳으로 가는 것이다!  가느라 보면, 허물진 영혼도 뽀얀 치자 꽃처럼 님의 향기로 필 것이고, 마지막 나팔 소리가 들리는 날에 구원을 열매를 안고 장막으로 들게 하실 것이다. 순례의 길이 멀고 험하다고 불평하지 말자! 삶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의 경륜이 필요 한 것이다.

 

내 영혼아! 뿌리를 뽑히는 고난도, 가지를 잘리는 아픔도 묵묵히 견뎌내고 존귀의 옷을 입은 저 풀꽃들을 보아라!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너 비록, 한나절 피었다 지는 들풀이라도 변변치 못함을 자책하지 마라! 호젓이 숨어 핀 너를 세상이 감당치 못한다. 쉼 없이 가꾸시는 주가 계시니 “때가 찬 경륜”을 이루시도록 까지 잠잠이 심령의 보좌를 존귀한 왕께 내어드릴 일이다. 할렐루야! 아멘! 

 

▲ 김송자 선교사

필자를 소개하는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선교사로 지칭될때가 가장 그녀답다고 느껴진다. 필자는 20세에 브라질로 이민가서 억척으로 일해 부를 일구었으나 극적상황을 통해 부부가 함께 빈민촌 선교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헌신적으로 상파울 판자촌 빈민들을 섬겼으나 그 판자촌 강도들에 의해 남편은 처참히 살해되어 저수지에 던져졌음에도 그녀는 그 판자촌으로 되돌아가 빈민구제에 한결같이 임해왔기 때문이다.

 

이제 세월이 훌쩍 흘러 필자는 이제까지의 삶을 인도해 오신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다. 남편 없이 세 아이를 키워 낸 엄마, 사업체를 이끌어온 CEO,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라질 현지 선교에 한결같이 임해온 김송자 선교사의 글은 시인의 섬세한 필력도 돋보이지만 파란만장한 삶을 하나님을 의지하는 강인함으로 일궈 왔다는 점에서 문학을 뛰어넘는 큰 영적 감동과 도전이 있다.  

 

저서로는 자서전인 <광야 40년>과 산문집인 <풀꽃의 노래>, <상파울에서 부르신 하나님>, <작은 빛이 되리라> 등 총 6권이 있다. 

ⓒ 크리스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