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는 시간의 교차로를 만날 때마다 지나온 한 해의 삶을 돌아보며 새해를 향한 다짐과 각오를 하게 됩니다. 특별히 새해는 필자가 한국에서 태어나 이 땅에 서 맞이하는 50번째의 해가 되기에 지난 어느 해보다도 2023년을 맞는 감회와 더 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미국에 온지 5-6 개월 만인 1974년 이른 봄의 어느 날 시내버스를 타고 Los Angeles 시 중앙에 있는 Griffith Park 근처에 내려서 산 정상까지 걸어서 Los Angeles 시가 동서남북으로 다 내려다보이는 곳 까지 올랐습니다. 처음으로 그렇게 넓고 아름다운 도시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되었습니다.
저렇게 많은 집들 가운데 내가 들어갈 집이 없는 것과 잠시도 쉬지 않고 빠르게 달리는 수많은 차들 가운데 나의 차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생각은 과연 나의 사는 날 동안에 이 많은 집들 가운데 나의 집과 나의 차는 있을 것인가? 정말로 그런 날이 나에게도 있기는 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 필자의 건강이 생사의 귀로에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 온 것이 공부를 위해서 온 것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서 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되지 아니하는 난치병을 않고 있던 중 하나님의 은혜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미국에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서 고국에 돌아간다는 것은 당시로선 생각지 못했습니다. 나도 나의 병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금방 생을 마감할 것 같았던 필자의 생명이 어느 덧 반세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하나님께 받은 은혜와 축복이 얼마나 크고 많은지!
그 동안 받은 은혜와 축복을 세어보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의 나의 나 됨이 나의 수고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주님의 축복하심으로 말미암았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서 나의 집은 없을 것 같았는데 거할 장막을 오래 전에 주셨습니다. 내가 타고 다닐 차가 없을 줄 알았는데 45년 째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42년 동안 섬기던 교회 담임 목사직에서 은퇴할 때 교회가 필자에게 지금까지 타보지 못했던, 아니 앞으로도 그런 차는 타지 못할 줄 알았던, 내게는 분에 넘치는 것으로만 생각해 왔었던 좋은 새 차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수년 전에 40년 이상 지척의 거리에서 교제를 이어가는 친구 목사님의 말이 생각납니다.
여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저를 향하여 “이 목사님은 축복 받은 목사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친구목사님의 말처럼 하나님은 저에게 정말로 많은 복을 허락하셨습니다. 그 중 어려운 병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극한 상황에서 사선을 넘는 복을 허락하셨습니다. 1972년을 넘기지 못한다던 한국의 큰 병원들의 말을 넘게 하셨습니다. 생명 유지를 위해서 반복 수혈을 받아야만 했었는데 UCLA 대학병원에서 1974년 7 월 완치 진단 받은 후 지금까지 수혈 받지 아니하고 건강한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시 혈액학 주임교수 DR. Costea 박사님은 네가 왜 나았는지 나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네가 나았다고 하셨습니다.
이후 1975년 5 월에 가정을 이뤘고 첫 딸을 76년 10월에, 둘째는 1978년 11월에 낳았고 셋째 아들은 1988년 10월에 낳았습니다. 세 자녀 모두 이곳에서 좋은 대을 마치게 하셨으며 첫째와 둘째 딸은 각기 3 명씩의 손자, 녀를 두고 있습니다. 손녀들 중 둘은 고등학교 졸업반으로 대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토록 원하는 건강의 복, 가정의 복, 자손의 복만 아니라 영생의 복을 허락하셨습니다. 복 중에 복, 가장 귀하고 중한 복은 주의 나라를 상속 받는 복인데 많은 사람이 이 복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데 나는 그것이 나의 나라라는 것이 느껴지며 손에 잡힌 듯 한 믿음을 주셔서 감사하는 것입니다.
험한 세상을 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주님이 동행하시며 매 순간 함께 하시어 여러 가지 시험과 환란에서 강한 팔로 보호하심을 믿게 하심을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2023년 새해도 내가 특별하게 세운 계획은 없지만 주님이 인도하시는 복된 길이 예비 되어 있음을 믿으며 감사하므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상기목사(평강교회, CA) <저작권자 ⓒ 크리스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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