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와 푸른 초장

김이슬 선교사 | 기사입력 2021/07/27 [14:25]

광야와 푸른 초장

김이슬 선교사 | 입력 : 2021/07/27 [14:25]

▲ 김이슬 선교사(아프리카 말라위 북서진선교회)

성경에는 ‘광야’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우리의 신앙의 여정에서 광야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전까지 40년 동안 광야에서 생활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예수님은 세례를 받으시고 성령에 이끌리어 광야로 가셨다. 성경 속의 많은 사람들이 광야를 거쳐갔다.

 

그렇다면 광야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에서는 광야를 ‘텅 비고 아득히 넓은 들’로 정의하고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텅 비고 아득히 넓은 들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어디를 가나 빽빽하게 건물들이 서있고 푸른 산도 많다. 게다가 한국은 시시때때로 비가 오며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어느 계절에도 황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전에는 광야라는 단어가 추상적인 이미지로만 느껴졌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말라위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1년 중 고작 4개월의 우기가 끝나면 건기 동안에는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매우 황량하다. 당장 우리 집 주변만 보아도 빈 들뿐이다. 아득히 넓은 텅 빈 들과 지평선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지형적인 측면 외에도 우리의 삶의 환경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과 익숙한 곳을 떠나 홀로 있는 곳을 우리는 광야로 비유한다. 심적으로 텅 비고 아득히 넓은 들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말라위가 여러모로 나와 우리 가족에게 광야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익숙한 언어와 문화, 생활 환경,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을 멀리 떠나 지구 반대편의 허허벌판 한 가운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광야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하나님을 더욱 바라보며 의지하게 된다. 광야에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친히 도우시고 길을 열어 가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나의 삶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로 가는 길이었다. 길 가에서 풀을 뜯어먹는 소 떼를 보았다. 말라위에서 흔히 보는 그 모습을 지나치는 중에 주님께서 갑자기 “이곳이 푸른 초장, 쉴 만한 물 가이다”라는 감동을 주셨다. 그래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주님께 반항하는 마음도 솟아올랐다. “이곳이 왜, 어떻게 푸른 초장입니까? 이곳이 광야지요!” 

 

그리고 최근 몇 달 동안 그 때 보았던 장면과 함께 그 때 받은 감동이 계속 떠올랐다. 이 황량한 빈 들이, 의지할 사람 아무도 없는 이 곳이,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 곳이 바로 푸른 초장, 쉴 만한 물 가라고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것 같다. 나의 목자 되신 주님께서 바로 이곳으로 나를 인도하셨다고.

 

광야와 푸른 초장, 상반된 이 두 단어가 어떻게 같은 의미가 될 수 있을까?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하나님을 경험했다. 하나님께서 친히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그들을 인도하시고 보호하셨다. 만나를 내리셔서 일용할 음식을 제공하셨다. 의복이 해어지지 않게 하셨고 발이 부르트지 않게 하셨다. 이렇게 하나님이 친히 인도하시고 보호하시는 곳이 광야이다. 

 

이와 같이 광야에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한 걸음씩 주와 동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곳이 어디든지 푸른 초장이 되고 쉴 만한 물 가인가 보다. 눈에 보이는 푸른 풀밭과 맑은 시내가 곁에 있기 때문이 아니다. 주님이 바로 나의 푸른 초장이시고, 생명의 샘이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막 한 가운데에 있더라도 나의 목자이신 주님과 함께하면 그곳이 푸른 초장이다. 화려한 도시 한 가운데에 있더라도 주님과 함께하지 않으면 그곳은 허허벌판이 된다. 

 

그래서 최근에 ‘이 곳이 바로 푸른 초장이요 쉴 만한 물 가이다’라는 주님의 음성을 다시 묵상하며 힘을 얻는다. 광야라고만 생각했던 이 곳에서 나를 푸른 초장으로 인도하고 계시는 나의 목자가 함께 하시는구나. 여기가 쉴 만한 물 가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좋은 꼴을 먹이시려고 나를 이곳에 보내셨구나. 

 

우리가 광야라고 생각하는 그 곳에서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고 의지하다 보면, 어느새 푸른 풀밭 쉴 만한 물 가로 우리를 인도하시는 주님의 크신 손길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광야에서 우리를 통해 또 우리와 함께 길을 내시고 강을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이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조상들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신8:2-3)”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시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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