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음모론 목회자의 행동은

황인상 기자 | 기사입력 2021/02/27 [01:14]

교회 내 음모론 목회자의 행동은

황인상 기자 | 입력 : 2021/02/27 [01:14]

▲ 교회 내 소리 없이 퍼지는 음모론. 심지어 목회자 본인이 전파자가 되기도 한다.

 

“목사님 그 이야기 들어 보셨어요? OOO 후보가 글쎄…” 지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 달간 A 목사는 교회 장로들로부터 적지 않은 질문 공세를 받았다. 질문은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 성도들에게 그 사실을 빨리 알려야 한다는 독촉도 있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가설에서부터 어떤 것은 제법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이번엔 코로나 19 백신에 대한 황당한 질문들이 들려온다. “목사님 OOO 백신이 어떤 것인 줄 압니까?”, “백신에 담긴 숫자의 비밀을 아십니까?” 대부분 작은 사건을 크게 키워 자의적 해석으로 결말을 내리거나 ‘카더라’에 기반한 내용이 많았다. A 목사는 이런 질문과 이야기들이 교회 내에서도, 그것도 직분자들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이제는 매우 우려할 수준에 이른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라이프웨이 리서치는 최근 이색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개신교 목사 중 약 절반이 교회 내에서 최근 대통령 선거 기간을 거치면서 발생한 사건들을 이유로 한 음모론에 관해 자주 듣는다고 답했다.  연구 참여자 중 약 49%의 목회자가 이것에(듣는다) 동의했으며 47%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더 나아가 교인 250명 이상 교회 목회자 61%가 음모론을 자주 듣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교회가 크면 클수록 음모론을 믿는 신자들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 라이프웨이 리서치에 따르면 교회 내 음모론을 들어보았다는 목회자가 조사 절반에 가깝다고 밝혔다. 사진=Lifeway Research

 

음모론은 늘 교회 안에서 있었지만 유독 지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마치 코로나 19 확산의 속도와 버금갈 정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보수적 성향을 지닌 교인들은 성경적 가치를 훼손하려는 인물과 이에 대항하는 인물 구도의 프레임 속에서 선거 전후 과정과 결과에 따른 계속된 음모론에 심취한 듯 보인다. 이른바 소수 엘리트 집단으로 구성된 ‘딥 스테이트’나 ‘그림자 정부’가 성경적 가치를 파괴하는 과정을 시작했고, 그들의 치밀한 계략으로 선거가 치러졌고 이 때문에 크리스천들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 19에 따른 음모론 또한 교회 내 핫 이슈다. 코로나 19의 확산 배경에 대한 음모를 제쳐두고라도 백신 등장에 따른 새로운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바로 코로나 19 백신이 적그리스도의 짐승의 표인 666이며 적그리스도가 이를 주입해 DNA를 변화시키고 사람들을 통제하고 노예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 그림자 정부 등이 하려는 일을 묘사하는 듯한 유튜브가 공개됐고, 그 안에 666이 써진 주사기가 나왔다는 것은 이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에게 더욱 확신을 하게 하는 듯 보인다. 

 

▲ 지난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부정 선거 의혹과 관련된 다양한 음모론이 나왔다.

 

음모론이란 것은 어느 사회에서든 특정 집단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거나 내부적 결속을 필요로 할 때 역량을 집중시키기 위한 이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평가다. 특히 요즘과 같이 별다른 검증 없이 전파되는 소셜 미디어의 홍수 시대에는 어떤 음모론이 어떻게 파고들지 좀처럼 예측하기가 힘들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대선을 전후로 부정선거와 관련된 다양한 음모론들은 결국 대선에 불복한 반대편 시위대가 미 국회의사당을 난입하게 만든 도화선이 된 것이 아니냐는 판단을 한다. 그런데 이를 두고, 또 조작된 ‘지지자’다 ‘아니다’로 새로운 음모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음모론이 교회 성도들을 통해 전파되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목회자들이 듣고 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일부 교회는 강단에서 소위 음모론을 성도에게 설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는 더욱더 뜨겁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서 ‘육체를 조종한다.’, ‘맞으면 안 된다.’라고 주장을 펼치는 목회자가 있는가 하면 ‘들은 이야기를’ 검증 없이 전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기독교 변증학자인 매리 조 샤프는 교회 내 이러한 음모론은 결국 기독교인은 비이성적이며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며, 이 정보가 그리스도 복음을 전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스콧 맥코넬(라이프웨이 리서치 상임 디렉터)은 “교회가 진지를 추구해야 하는 장소여야 하는데, 음모론을 교회 안에서 듣는 목회자가 절반이 된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 음모론은 결국 공동체 내 분열과 반목을 가져오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그런데 혹시 교회 내에서 성도들이 전하는 음모론을 목회자가 들었을 때 대처 방법은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목회하는 B 목사는 “음모론이란 것이 정치적 성향에 기반을 두고 있고, 교회 내에서도 동의하는 성도와 아닌 성도가 있다. 목회자가 나서서 이게 옳다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기는 솔직히 힘들다. 원칙적으로 볼 때는 교회 내에서 이런 이야기가 퍼지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이를 들었을 때 동의를 바라는 성도를 또 마냥 뿌리치기도 힘들다. 이 때문에 교인들끼리 반목하고 갈라진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부끄럽지만 요즘은 그냥 침묵이 답인 것 같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혀 오기도 했다.  

 

반면에 이번 기회를 통해 목회자들이 성도에게 올바른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수일 목사(3.3.3. 기도운동)는 “목회자들이 음모론 등을 접하면 설교를 통해서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할 수도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가르칠 필요가 있다. 물론 본인이 더 연구하고 지식이 있어야 한다. 성도 중에 음모론에 동참하는 이들이 있으면 민감하다 싶어서 목회자 본인이 주저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신천지 나올 때 기억해보라. 목회자들은 교회에 신천지가 들어온 것을 알면서도 저항할까 봐 방치해서 교회가 망가지는 경우들이 많았다. 최근 엘에이에도 교회 내에서 음모론에 동조하는 성도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상황에 대해 목회자가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된다. 전에는 바코드, 이제는 백신을 가지고 음모론이 나온다. 앞으로 또 무엇이 나올지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영적 타락하게 되고 교회 공동체를 어렵게 할 확률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교회 내에서 이런 문제들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바로잡을 좋은 기회다. 특히 백신과 관련해서는 이것은 교회 문제만이 아니라는 커뮤니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목회자들이 바로 나서서 잡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음모론을 들여다보면 앞서 언급한 대로 그것을 통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 이야기는 다른 한편에 피해를 보는 측도 있다는 것이다. 음모론의 내용이 100% 허구인지, 아니면 들여다볼 만한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는 단정 짓기 어렵다. 일부 크리스천들의 경우는 자신들이 믿는 사실이 곧 하나님 나라를 지키려는 것이라는 자의적 해석도 담겨있는 것 같다. 교회 안에 퍼지는 음모론을 보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하는 자들이 들어야 할 것은 말씀이요, 읽어야 할 것은 성경이라는 것은 성도와 목회자 모두가 한번 더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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