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할께요”

손용억 목사 | 기사입력 2013/05/23 [03:49]

“기도할께요”

손용억 목사 | 입력 : 2013/05/23 [03:49]
▲ 손용억 목사                        © 크리스찬투데이
“기도할께요.” 목사들이 가장 쉽게 자주하는 말 중의 하나 입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사역이야 말로 목사의 의무요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약속을 쉽게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기도할께요”라는 말로 인한 아주 뼈저린 수치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몇년 전 어느 교회에 부흥회를 갖다가 아들 문제를 심히 고민하고 있는 장로님을 만났습니다. 너무나 진지하게 사정을 토로해주셨기에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은 심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아드님을 위해 계속 기도할께요.”그리고 나서 2년 후 그 교회로 다시부흥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장로님이 반가이 맞아주셨습니다. “목사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우리 아들이 정신을 차려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 동안 기도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그 순간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그것은 그런 인사를 받을만한 자격이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그분과의 기도 약속을 생각하며 얼마 동안은 그분 아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새 그 아들을 위해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생각도 못했습니다. 우리교회 식구들을 위해 기도하기에 바빠서. 매일 전쟁을 치르는 듯한 이민목회 빡빡한 현실 때문에. 변명할 말은 많습니다. 하지만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분 앞에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말 한대로 기도하지 않은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 정말 목사인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사건은 내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기도할께요.”말한 대로 약속한 대로 나는 정말 기도하느냐? ‘신실성integrity’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그러자 그렇지 못한 나의 연약함, 모자람, 게으름이 나를 괴롭혔습니다. “기도할께요”라고 말해놓고 무책임했던 자신이 너무 수치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초라한 모습을 주님께 들킨 것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후 중보기도에 대한 몇 가지 습관이 생겼습니다. 첫째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할 때 그 이름과 기도하기 시작한 날짜 그리고 기도 내용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도수첩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기도하지 않는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게 되어서 참 좋습니다.
 
두 번째로는“기도할께요”라고 쉽게 약속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목사이기에 누군가의 삶의 애환을 접하면 돕고자 하는 열정이 생깁니다. 그런데 문제는 재정적으로 기술적으로 사회적으로 도울 수 없는 한계를 느끼기에‘기도하기’를 선뜻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기도에는 무한한 책임이 따르는데도 말입니다. 그 사람의 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기도해야 하는데…, 그래서 매우 신중하게 기도 약속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상대방의 기도 요청을 먼저 기다립니다. 그리고 성령께 영적 분별력을 구합니다. “주님, 어떻게 할까요?”그리고 나서 기쁨으로 말합니다. “기도할께요.”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야 하는 목사들, 가까이는 가족들을 위해, 교회를 섬기고 있는 교인들을 위해, 복음 전파 사역에 동역하고 있는 목사들과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할 사명을 지닌 목사들, 기도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목사들.
 
하지만“기도할께요”라는 말을 너무 쉽게 무책임하게 남발해서는 안됩니다. 기도는 목사가 흔드는‘도깨비 방망이’가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영혼을 진심으로 하나님께 보여드리는‘거룩한 교통(Holy Communion)’이기 때문입니다.
 
손용억 목사(미네소타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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