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과 예술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은 탄생과 함께 교회 예술 테마의 중심을 이룬다. 문학과 음악은 물론 회화∙조각∙건축 등 시각미술이 교회사와 함께 발전하고 꽃피어 금세기까지 지속돼왔다. 제2계명에 기초, 성전음악과 성서문학이 주로 발달한 유대교와 달리, 기독교는 회화∙조각∙극예술까지 동원해 수난∙부활 신앙을 표현했다. 특히 르네상스기로부터 고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교회당중심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삶을 극화한 연극∙칸타타∙오라토리오∙오페라 등 대규모 무대예술로도 나타난다. 20세기에 이르러는 영상예술을 통해 현실에 가장 가깝게 사실화, 과학화한 영화까지 등장한다. 소박하고 겸허한 초기 1세기 초기교회가 세워지자마자 박해를 받기 시작하면서 순교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와 십자가만을 자랑한 성도들은 비밀한 신앙표현 방법으로‘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의 그리스어 첫머리 글자모음인 ‘익튀스’-물고기 형상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카타콤을 비롯한 지하교회 유적에서는 회화, 부조 등 원시 기독교예술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코자 했다. 또 고대 시편, 히브리 성전음악과 과히 다름없는 시를 읊조린 형태의 찬송가가 부활을 찬미하는 원시교회음악 겸 문학으로 조금씩 발달해갔다. 성경보다 교리, 시각적 영광 4세기에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자 기독교예술도 활짝 꽃피기 시작했으나, 교회는 모든 면에서 빠르게 성경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6세기에 다양한 교리를 중심으로 카톨릭교권이 강화되고 교회가 국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교회문화는 호화와 사치의 극을 구가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보다 예술자체를 섬기는 우상숭배 차원으로 치달아 급속히 타락해갔다. 유럽전역에 화려하고 사치스런 교회당이 건축됐고 안팎을 온갖 회화와 조각으로 장식했다. 성경과 영적 원리에 집중하기보다 눈과 귀 등 인간 감각을 즐겁게 하는 요소들이 교회에 널렸다. 마리아와 천사들, 성인 숭배 사상이 강화되면서 교회안팎에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닌 성상들도 즐비하게 널려있게 됐다. 부활보다 고난 강조 중세까지 교회예술이 불균형적으로 부활보다 고난의 스토리를 더 강조한 까닭은 주로, “십자가만을 자랑하겠다”는 바울의 신념과 성체와 화체설을 중심한 카톨릭교리 때문이었다. 그리스도의 몸을 늘 십자가 한가운데 장식하는 관습은 후세까지 계속된다. 마리아는‘무흠무죄’한 영원한 동정녀, 성모∙신모∙하늘여왕∙수호중재자로서 예수보다 더 치켜졌다. 그리스도는 마리아∙천사 등과 함께 예외 없이 백인으로 묘사됐다. 음악은 성경 아닌 미사 중심으로 발달하고‘진혼곡’등 장례에 가까운 고난에 역점이 두어져 참된 그리스도의 부활상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 교회예술의 최고전성기는 종교개혁을 전후해 활약한 르네상스 화가들을 통해서였다. 미켈란젤로∙렘브란트∙라파엘∙타티안∙뒤러 등 천재대가들이 등장해 인간과 주변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해 다른 성서스토리와 함께 그리스도의 삶을 묘사했다. 그리스도의 삶과 단테의 신곡 등을 그린 알브레히트 도레는 선 중심의 삽화로 유명했다. 20세기 전반기에 가장 주목받은 아랍계 스페인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중간 개종한 카톨릭신자로 그의 독특한 초현실적 종교화는 신∙구교에서 공히 애호받아 왔으나 그의 삶은 성적으로 타락했었고 특히 말년에는 뉴에이지에도 관련됐다. 복음주의 화풍 시각미술에 비교적 부정적 자세를 취해온 복음주의자들도 20세기말부터 점차 눈을 뜨기 시작했다. 복음주의자들은 중세카톨릭의 화풍을 벗어나, 성경과 고고학에 치밀하게 근거해 손바닥이 아닌 손목에 못자국이 난 그리스도의 부활체를 환상적∙사실적∙초현실적∙추상적 기법 등 다양하게 묘사해왔다. 심각한 얼굴이 아닌 미소 띤 그리스도도 등장했고 백인중심의 중세화풍에 반발, 인종별로 동양인 예수, 심지어 흑인 예수나 한국인 예수로도 표현되기에 이른다. 문학 실락원∙복락원을 쓴 단테의 서사시 이후부터 그리스도의 부활도 본격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다고 봄이 맞을 것이다. 잉글랜드의 존 돈, 조지 허버트 등이 기독교 시인으로 가장 유명하다. 초현실적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시인 겸 화가로도 유명했으나 이단으로 취급받는‘새교회’(즈베덴보리파) 신자였다. 수난과 부활 정신을 현실 속에서 상징적, 암묵적으로 묘사한 근대 소설가로는 러시아의 톨스토이(부활), 도스토예프스키(죄와 벌),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레미제라블) 등이 유명하다. 수많은 낭만파 시인들도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렸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수많은 복음주의 시인들과 작가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저마다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개혁 후 현재까지의 교회음악 그리스도의 고난과 함께 부활이 중시된 음악은 개혁 후 바로크 시대 때부터 특히 발달한 칸타타와 오라토리오다. 독일교회의 바흐는 개혁시대 회중찬송가인 코랄을 주제로 고도의 대위법을 발전시켜가며 칸타타에 활용했다. 비발디, 슐츠 등과 마찬가지로 다른 형식들과 함께 수난곡, 칸타타를 중요한 교회음악 형식으로 채택한 바흐는 주요절기를 위한 수많은 명작들을 써, 절기를 위한 칸타타 연주 관례의 선구자가 됐다. 바흐의 수난곡은 직접 성경을 재해석한 독일어가사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감동 깊게 표현했다. 또 고도의 둔주곡 (fugue)법을 활용한 오르간음악‘토카타’ 형식을 통해서도 그리스도의 죽음을 그렸다. 헨델은 오페라를 약식화한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성서적 주제를 그려냈다. 편집된 성경본문에다 20여일 동안 침식을 잊고 자신의 거듭남 과정도 거친 투혼을 통해 작곡된‘메시야’는 전무후무한 감격을 자아내는 대규모 교회음악의 전성시대를 열어 놓았다. ‘메시야’제2부 끝의‘할렐루야’합창, 그리스도의 부활과 영생을 그린 제3부, 광대한 스케일의 대위법을 구사한 피날레 합창‘아멘’등은 옛 시대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독교음악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이들에게 영향받은 베토벤도 오라토리오 ‘감람산의 그리스도’를 작곡했다. 이후 많은 작곡가들이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리는 음악을 썼으나‘메시야’만큼 자주 연주되진 않는다. 오히려 악풍에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고전기법을 쓰는 근∙현대 교회음악가들의 작품이 비교적 자주 연주된다. 뒤보와의‘십자가상의 7언’은 낭만파작품의 예∙합창곡‘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사랑하사’로 유명한 잉글랜드 음악가 존스테이너의 수난곡도 비교적 널리 애창돼왔다. 20세기에 뉴욕출신 오르가니스트 더들리버크가 작곡한‘승리자 그리스도’는 고전적인 명곡의 하나다. 성탄절을 비롯, 20세기에 제일 애호된 부활절 칸타타 작곡가는 대중적 기법을 가장 효과 있게 많이 활용한 미국의 잔 피터슨일 것이다. 21세기부터 신서사이저 전자음악 등 다양한 방편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70년대부터 시작된 찬양경배운동은 그리스도의 이름과 승리를 기리는 데 역점을 두어왔다. 혼합∙종합예술 20세기말 주목받은 작품으로는, 화가 데보라 패터슨이 그린 8폭의 유화에다 라벗시로타(피바디음대 학장)가 곡을 붙인 미술-음악 종합작품‘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수난-시각오라토리오’(1995-97년작)이다. 20세기는 기존의 성극, 찬양경배운동과 함께 발달한 교회무용, 영화를 중심한 영상미술도 덩달아 발전한 기독교 종합예술의 시기다. 중세로부터 발달한 다양한 성극들 중 17세기(1634년)부터 10년마다 전용무대에서 동네사람들에 의해 공연돼온 독일 바바리아 오버라머가우 마을의 전통적인‘수난극’은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2000년 오버라머가우‘수난극’에는 6살의 최연소 출연자를 포함, 주민의 절반에 달하는 2,200명과 교회사람들, 오케스트라 등이 동원돼 매번 6시간씩 5월부터 10월초까지 공연됐다. 영화 그리스도의 고난과 함께 부활을 그린 작품으로는‘왕중왕’∙’벤허‘ , ‘쿠오바디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까지 예수에 관한 수많은 영화들이 제작됐으나 카톨릭 성을 면치 못했다. ‘나사렛 예수’만 십자가 위 틀만 어깨에 멘 획기적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역시 카톨릭의 틀을 벗지 못했다. 국제대학생선교회(CCCI)가 제작, 세계 수십 억 인구에게 영화와 비디오로 상영돼온 영화‘예수’는 누가복음에 기초한 가장 성서적, 신교적인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영상예술은 특히 세기말에 발달한 비디오 제작법과 컴퓨터 영상기술을 통한 멀티미디어 등으로 더욱 발달해가고 있다. 정리=김삼렬 기자 <저작권자 ⓒ 크리스찬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절기특집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