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라스카의 추억

김흥규 목사 | 기사입력 2003/04/16 [00:00]

네브라스카의 추억

김흥규 목사 | 입력 : 2003/04/16 [00:00]
왜 하필 네브라스카 였을까? 미국에 주가 50개나 되는데 왜 네브라스카에 가서 미국 목회를 했던 것일까? 달라스에서 만 8년 이상을 공부도 하고 목회도 하다가 뭔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곳이 네브라스카였다.

고생 끝에 간신히 학위를 손에 쥐었지만 누구 하나 오라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네브라스카에서 오신 미국인 감리사님 한 분을 캠퍼스에서 만났다. 타인종 목회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졌던 차에 혹시 네브라스카에 그런 가능성이 없는지 여쭈었다. 다행히 그 감리사님이 신의를 지켜주셔서 나는 ‘오로라’라고 하는 작은 마을의 한 감리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게 되었다.

오로라는 인구 사천명의 작은 농촌 마을이었는데 사람들이 너무나 좋았다. 농촌 지역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순수하고 무엇보다도 인심이 후했다. 많은 분들이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후손인지라 성( )이‘sen,’즉 영어로 하면‘son’으로 끝나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았다. 사위가 옥수수 밭으로 둘러싸인 전원적인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대학 미식축구 시즌이 찾아오면 주 전체가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여서‘Corn Huskers’를 응원하는 풍경은 압권이었다. 나 역시‘Big Red’의 한 부분이 된 것은 시간 문제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네브라스카에는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많다. 오로라 교인 중에 Edna Wilkins라는 호스피스 환자 한분이 계셨다. 할아버지는 가끔 교회에 나오셨지만 에드나 할머니는 근 3년간 침대에 누워 계신 식물인간에 다름 아니었다.

100% 백인 교회에서 영어 서툰 한국 목사가 써바이브 할 방법이 무엇이겠는가? 담임 목사님의 허락을 받아 시간 나는 대로 심방하는 길 밖에 없었다. 그래서 에드나 할머니 집을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할머니는 의식은 맑아서 말씀은 잘하셨는데 몸은 움직일 수 없었다. 간병사나 남편이 일일이 음식을 먹여주고 목욕시켜주어야만 했다.

긴 병에 장사 없다고 눈이 움푹 들어가고 광대뼈가 툭 불거진 할머니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의 잔상이 자주 어른거렸다. 나도 모르게 여윈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한 적이 여러 차례, 한국식 인정에 감동이 되셨던 때문일까. 할아버지에 따르면 할머니는 나의 방문을 몹시 기다리실 정도가 되었단다.

네브라스카를 떠나기 석달 전 할머니 집에 또 심방을 했다. 손을 꽉 잡고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났을 때 할머니가 나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고 하셨다. 당신이 죽으면 장례식을 집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순간 내 두 눈에 물기가 번져왔다. “할머니, 물론 제가 할머니의 장례식을 인도할 수 있다면 영광이지요. 그러나 그 날이 오려면 앞으로도 한 10년은 더 지나야 할걸요.”나는 애써 할머니의 죽음이 빨리 오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해드렸다. 그러나 이 부탁을 하신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돌아가셨다.

가족들이 담임 목사님의 양해를 구하고 부목인 나에게 ‘Graveside Service’주례를 요청해왔다. 게다가 음치인 나에게 솔로까지 부탁했다.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던 그 날 아침의 장례식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네브라스카에는 한국 목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정과 의리로 버틴 이방 목회가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엮어주었던 것이다.

김흥규 목사 (텍사스 성루가 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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